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8화

조정우 2016. 1. 24. 12: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8화


   충신의 길


   날이 저물 무렵에 방씨가 이순신을 찾아왔다. 방씨의 손에는 면사첩이 들려 있었다. 방씨의 손에 들린 면사첩을 보자 이순신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부인께서 면사첩을 들고 계시다니, 대체 어찌 된 일이오?"


   방씨가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이순신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면사첩을 받지 않으니 진린이 이회를 통해 방씨에게 면사첩을 전해주었으리라. 


   방씨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침묵하자 이순신이 나무라듯 말했다.


   "그 면사첩은 부인께서 받지 말으셨어야 했소. 부인께서도 이를 모르시지 않으실 터인데, 어찌......."


    이순신은 말을 멈추었다. 방씨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본 것이다. 방씨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방씨가 눈물을 글썽인 채 말했다.


    "제가 영감의 뜻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명나라 황제께서 내리신 면사첩을 거절한다면 자칫 화가 될 수 있기에 받은 것이옵니다. 영감께 화가 미칠 것을 뻔히 알고도 어찌 받지 않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방씨의 말에 이순신은 별안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게 화가 미치는 것은 두렵지 않소만, 부인께 화가 미치도록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부인께서 알아서 하시오."


   이순신은 마음 같아서는 여수를 떠난 진린을 쫓아가서라도 면사첩을 돌려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자칫 방씨에게까지 화가 미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 먹은 것이다. 


    방씨는 이러한 이순신이 답답한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영감께서는 어찌 당신 자신은 생각하시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영감께서 무탈하시기만을 바라는 제 마음은 어찌 생각하지 않으시느냔 말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에 맺혀 있던 이 말을 한 후 감정이 격해진 방씨는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방씨가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미어진 이순신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내, 어찌 부인의 마음을 모르겠소. 나는 다만 충신의 길을 가야 하기에 나 자신을 생각하기 이전에 나라와 임금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오."

   

   이순신의 이름은 이순신의 아버지 이정이 순임금처럼 어진 신하가 되라는 뜻으로 지은 것이다. 이순신은 자신의 이름을 지은 아버지 이정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도 나라와 임금에게 충성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삼황오제 시대의 순임금은 청년 시절, 장님인 아버지가 계모의 아들만 편애하여 자신을 죽이려 했음에도 아버지에게 지극한 정성으로 효도한 어진 임금이었다.


    이순신은 선조가 무고한 자신을 하옥한 후 죽이려 했음에도 자신의 이름을 순신이라 지은 아버지 이정을 떠올리며 선조에게 충성을 바쳤던 것이다. 방씨는 이처럼 나라와 임금을 생각하는 남편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하옥되어 고문당한 것을 생각하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이 나라 조정은 대체 어찌 하여 영감과 같은 만고의 충신을 죽이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사옵니다. 영감이 없었다면 이 나라의 조정이 과연 무사할 수 있기나 했겠습니까?"


   방씨는 자신의 남편과 같은 만고의 충신이 역적이라는 누명까지 써가며 나라를 지켰음에도 죄를 입어 백의종군에 처한 현실이 말할 수 없이 서러웠던 것이다. 


   방씨의 말에 이순신이 나무라듯 말했다. 


   "부인,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 그런 말씀은 나라의 녹는 먹는 신하의 부인이 하실 수 있는 말씀이 아님을 모르시오?"


   방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저는 다만 염감의 충정심을 알지 못하는 이 나라의 조정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방씨는 마음 같아서는 이 나라의 조정과 임금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임금을 비난하는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이순신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조정이 내 충정심을 알던 모르던, 나는 이 나라의 신하로서 나라와 임금을 위해 충성을 다하면 그 뿐이오. 조정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여 원망할 것은 없소."


   방씨는 정유년에 조정 대신들의 모함으로 하옥되어 그토록 모진 고문을 당하고도 자신을 모함했던 조정 대신들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 남편을 보자 탄식하며 말했다. 


   "영감께서는 참으로 충신이시옵니다. 첩도 이리도 충신이신 영감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아내로서의 도리인 것 같습니다."


   부부일심동체라 하였던가. 방씨는 오직 나라와 임금에게 충성된 마음 뿐인 남편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내의 도리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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