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0화

조정우 2016. 2. 15. 22: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0화 


    비차


    이튿날, 이시언이 이순신을 찾아왔다. 이시언이 이순신을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 이순신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통제공께서 어인 일이시오?"


    이시언이 이순신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장군, 부디 부족한 이 몸을 도와주시오. 장군도 아시겠지만, 이 몸은 삼도수군통제사로서 부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니 장군께서 많이 도와주시기 바라오."


   이몽학의 난을 진압하라는 명을 받은 김덕령이 늦게 도착한 것이 의심스럽다고 선조에게 보고하여 김덕령이 장살을 당하는 단초를 제공해 전라도 백성들의 민심을 잃은 이시언으로서는 이순신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순신이 백의종군에 처해 여수로 발령난 후 이순신의 보직을 결정하지 못했던 이시언은 어제 진린이 다녀간 후 이순신을 자신의 참모로 기용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이시언의 휘하에서 어떤 직무든 간에 백의종군해야 하는 이순신으로서는 이시언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통제공을 보필하는 것이 이 몸의 임무이니 통제공께서 어떤 직무를 맡겨주시던 간에 최선을 다하겠소."


   "나의 참모가 되어주시오."


   "통제공의 뜻을 따르겠소."


   이날, 이시언의 참모가 된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영 부근의 조선소에서 나대용과 함께 거북선을 재건조하기 시작했다. 


   천하무적의 돌격선 거북선만 제건조한다면 일본이 재침입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리라고 믿고 있는 이시언이 이순신에게 거북선 재건조를 맡긴 것이다. 


    이순신이 나대용과 함께 거북선 제건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어느날,  한 사내가 이순신을 찾아왔다. 

 

     "소인은 진주병영 별군관이었던 정평구라 하옵니다."


    왕족 출신으로 이순신의 후원자이기도 했던 전라우수사 이억기의 추천으로 진주병영 별군관이 된 정평구는 진주 목사 김시민의 후원 아래 100장(300미터) 높이로 날 수 있는 비차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진주 목사 김시민이 진주대첩에서 전사한 후, 계사년(1593년)에 벌어진 진주성 전투에서 정평구는 비차를 타고 날아다이며 종이로 싼 화약 폭탄을 왜군의 진영에 투하하던 중 왜군의 집중 사격을 받아 비차가 파괴되고 말았지만, 왜군이 없는 곳에 떨어지는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정평구는 그 이후로 자재 부족으로 비차를 만들 수 없게 되자, 조정에 상소를 올려 비차 제조를 지원해 줄 것 요청했지만, 조정은 하늘을 나는 비차를 제조하겠다는 정평구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차가 100장 높이로 날아다니는 광경을 목격한 6만여 진주성 관민들이 왜군에게 모두 몰살당하였으니, 비차가 날아다닌 사실을 증언해 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자재 부족으로 비차를 다시 만들지 못하는 것을 통한으로 여겨왔던 정평구가 이순신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몸짓까지 해가며 비차에 대해 설명한 정평구가 이순신에게 비차의 설계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오직 장군만이 소인의 원을 풀어주실 수 있을까 하여 찾아왔나이다."


    진주성이 함락된 이후 세상 사람들로부터 광인 취급을 당했던 정평구는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천하제일의 무기 비차가 사장된다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정평구가 그린 비차의 설계도를 보고도 정평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이순신은 나대용에게 의견을 물었다.


   "나군관, 이것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보는가?"


   처음에 거북선을 설계했을 때만 해도 미친 사람 취급을 당했던 나대용은 정평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두들 온통 철갑을 두른 거북선이 바다에 뜰 수 없을 것이라며 누구도 나대용에게 거북선을 만들 기회를 주지 않았었는데, 오직 이순신만이 나대용을 믿고 거북선 설계를 맡겨 오늘날의 거북선이 탄생했던 것이다.


   나대용이 한동안 비차의 설계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소인으로는 알 길이 없사오나, 정평구에게 비차를 만들 기회를 주신다면 비차가 하늘을 날 수 있는지 없는지 곧 밝혀지지 않겠사옵니까?"


   나대용의 말을 듣자 이순신은 곧장 정평구를 데리고 이시언을 찾아가 비차 제작을 건의했다. 


    "정평구 이 자가 하늘을 나르는 비차를 만들 수 있다 하니, 비차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재를 주어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이순신의 말이라면 철석처럼 믿는 이시언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늘을 나르는 비차라...... 정녕 장군께서는 이 미친 자의 말을 믿으시오?"


   이시언이 말도 안된다는 듯 되묻자 이순신이 대답했다.


   "설령, 비차가 하늘을 날지 못한다 하여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오."


    이시언은 이순신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정평구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시언이 숙고 끝에 입을 열었다. 


   "장군께서 정 그리 생각하신다면......"


   마침내 고개를 끄덕인 이시언은 윤달규를 불러 정평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자에게 비차라는 것을 만드는데 필요한 자재를 주거라."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퓨전 더 비기닝'에 출품했습니다. 현재 55화 연재 중이니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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