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1화

조정우 2016. 2. 26. 18: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1화 


   하늘을 나르는 비차

    

   자제 담당자인 군관 윤길수는 정평구를 군수용 자제가 쌓여있는 군기창으로 데려가 물었다. 


    "그래, 그 비차라는 물건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무엇이오?"


   윤길수는 하늘을 나르는 비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정평구의 말을 허황된 말로 여기고 있었지만, 이시언의 명을 받았으니 어쩔 수가 없이 물은 것이다. 정평구가 물었다. 


    "군관께서는 압축 공기라고 들어보셨소이까?"


    윤길수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압축 공기? 압축 공기가 무엇이오?"


    압축 공기란 헬륨을 말하는 것이었다. 정평구가 손짓까지 해가며 설명했다. 


   "압축 공기란 양인들이 헬륨이라 부르는 공기로, 비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려면 이 공기가 필요하오."


    윤길수는 정평구의 설명을 듣자 압축 공기가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압축 공기라는 것은 연등행사 때 연등을 날릴 때 쓰이는 것이 아니오? 전란 후 연등을 날리는 행사가 금지된 마당에 어디에서 구할 수 있겠소? 내 장담하는데, 한양 군기창에 가도 압축공기라는 것을 구할 수 없을 것이오."


   전란에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한양에 가면 연등행사에 연등을 날릴 때 쓰기 위해 비축한 압축 공기를 구할 수 있었지만, 전란이 끝난 이후 연등을 날리는 행사가 금지된 터라 조선 팔도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었다. 


   윤길수의 말에 정평구가 크게 실망하여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뭔가가 뇌리에 떠오른 듯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북경에 가면 구할 수 있다 들었소만......"


    흥분한 얼굴로 중간에서 정평구의 말을 자른 윤길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 참, 이 사람이 세상 물정 몰라도 유분수지...... 이보시오! 압축 공기가 돈 몇 푼으로 살 수나 있는 것인 줄 아시오? 연등 하나를 날리는데 드는 압축 공기 값이 왠만한 집 한 채 살 수 있는 값인데, 당신의 그 미치광이짓에 쓰일 압축 공기가 어디있단 말이오?"


    윤길수는 비차를 만드는 일을 한마디로 미치광이짓이라 말한 것이다. 


   정평구는 윤길수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좋소. 내, 압축 공기 없이 비차를 만들어보겠소. 비차가 하늘을 나를 수 있을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오."


   윤길수는 정평구가 끝까지 압축 공기를 요구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가 스스로 압축 공기 없이 비차를 만들겠다고 하자 얼씨구 좋다 싶어 얼른 말했다. 

   

    "그래, 압축 공기 없이 비차를 만들어보시겠다 하셨소? 잘 생각하셨소.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마시오!"


   이어 윤길수가 정평구에게 물었다. 


   "헌데, 압축 공기 이외에 다른 필요한 자제는 무엇이오?"


   윤길수는 정평구가 압축 공기처럼 구하기 힘든 자제를 구해달라 할까봐 걱정되어 물은 것이다. 


    "소가죽과 대나무, 무명천과 한지, 마끈이나 충분히 주시면 되오."

 

    정평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길수가 얼씨구나 좋아하며 말했다. 


    "그것들이라면 군기창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니 얼마든 갖다 쓰시구려."


    정평구는 생각했다. 


    '압축 공기 대신 풀무를 달면 비차가 하늘을 나를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정평구는 압축 공기를 대신할 풀무를 만들었다. 풀무를 비차에 매달아 발로 바퀴를 돌려 바람을 일으키면 압축 공기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군기창에서 소가죽, 대나무, 무명천, 한지, 마끈을 얻은 정평구는 한달만에 비차를 만들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 정평구는 이순신과 나대용이 보는 앞에서 비차를 시험 운행하였다. 


   압축 공기가 없어 높이 십여 장에 수 백 보 밖에 나를 수 없었지만, 하늘을 나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실로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평구가 비차를 타고 수 백여 보를 나르자, 이순신이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비차가 하늘을 나르는구나!"


   나대용은 비차가 나는 거리가 수 백여 보 밖에 안되는 것을 보자 실망한 듯 말했다. 


   "높은 곳에서 비차를 타고 적진으로 돌진한다면, 능히 적군을 어지럽힐 수는 있겠사오나, 비차를 탄 사람은 죽음을 면하기 힘들 듯 하옵니다."


    과학에 일가견이 있는 나대용은 설계도를 보았을 때부터 비차가 하늘을 나를 수 있다고 믿었는데, 기대만큼 나르지 못하자 오히려 실망한 것이다. 이순신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바람이 좀 더 세차게 분다면, 적진을 넘어 멀리 날아갈 수도 있을 듯 하구나."


   정평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압축공기만 구한다면, 백리도 날아갈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순신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정평구에게 물었다.


   "압축 공기라...... 압축 공기가 무엇이냐?"


   "양인들이 헬륨이라 부르는 공기로, 이것만 있으면 능히 하늘을 자유자제로 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압축 공기를 구할 수 있겠느냐?" 


   "북경에 가면 능히 구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소인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아니다. 내, 사람을 시켜 압축 공기를 구해올 터이니, 너는 비차를 더 만들거라."


   "장군의 명에 따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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