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2화

조정우 2016. 3. 24. 12: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2화 


    압축 공기


    이순신은 곧장 이시언을 찾아가 말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비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정평구의 말은 사실이었소. 비차가 하늘을 나는 것을 이 몸과 나군관이 확인하였소. 다만, 비차가 높이 날려면 압축 공기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니,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정을 지원해주시오."


   이시언은 비차가 하늘을 나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이순신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정녕 장군께서 친히 비차가 하늘을 나는 것을 보셨소?"


   "내 말을 믿지 못하신다면 통제공께서 친히 비차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시면 될 터이니, 밖으로 나와 보시오."


   이시언은 자신의 두 눈으로 비차가 나는 모습을 확인하기 전에는 이순신의 말조차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시언이 따라나오자 이순신은 정평구를 불러 말했다. 


   "통제공께 비차가 나는 모습을 보여주거라."


   정평구가 비차를 타고 십여 장 높이로 날아오르자 이시언은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럴 수가! 정말 정평구가 탄 비차가 하늘을 나르는구나!"


   이순신이 하늘을 나는 비차를 가리키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정평구의 말로는 압축 공기만 있다면 저 비차가 백 장 높이로 백 리를 날 수 있다고 하오. 백 장이면 그 어떤 조총과 대포도 닿을 수 없는 높이이니, 압축 공기만 있다면 비차를 실전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오."


    이시언은 이제서야 압축 공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져 물었다. 


    "압축 공기가 대체 무엇이오?"


    이순신 자신도 압축 공기가 어떤 것인지 잘 몰라 정평구가 말한 그대로 말했다. 


   "정평구의 말로는 압축 공기는 양인들이 헬륨이라 부르는 공기로, 값이  비싸지만 북경에 가면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하더이다."


   값이 비싸다는 말에 이시언이 난처한 듯 말했다.


   "거북선을 제조할 재원도 조정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판에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원을 마련하기는 힘들 것 같소."


   이시언은 이순신에게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원이 없다는 사실을 설명해 주려는 듯 윤길수를 불러 물었다. 


   "윤군관, 지금 통제영에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원이 있는가?"


   윤길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송구하오나, 연등 하나를 날리는데 드는 압축 공기의 비용만 해도 왠만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목돈이라, 조정의 지원이 없이는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 것 같사옵니다."


   이때 이미 윤길수는 나대용에게 비차가 하늘을 나른 사실을 듣고 나서  압축 공기를 구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압축 공기를 살만한 재정이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었다. 


   이순신은 생각에 잠겼다. 


   '당파 싸움에 혈안되어 있는 조정 대신들에게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정을 요구해 봤자 오히려 정쟁의 도구만 될 뿐이다.'


    임진년에 전란이 일어나기 직전에 이순신이 조정에 거북선을 만들 재원을 요청하자 조정은 오히려 선조를 설득하여 거북선 제조를 중지시킬 것과 수군을 페하라는 명을 내리도록 만들었었다. 


    만약 그때 선조가 조정 대신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거북선 제조를 중단시키고, 수군을 페했다면 이 나라가 어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쟁을 일삼는 조정에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원을 요청한다면 또 다시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 뻔한 일이었다. 


   이순신이 한숨을 내쉬며 이시언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정은 이 지역 유지들로부터 기부받아야 될 것 같소. 이 일은 이 몸이 알아서 처리할 터이니, 통제공께서는 당분간 비차에 대해 조정에 보고하지 말아 주시오."


   이순신은 예전에 조정이 거북선을 제조하지 못하게 방해했듯이 비차를 제조하지 못하게 방해할까봐 이시언에게 미리 당부한 것이다. 


    이시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장군의 말씀대로 당분간 비차에 대해 조정에 보고하지 않겠소."


    이순신은 곧바로 여수의 유지들을 찾아다니며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원을 기부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여수의 유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난색을 표시했다. 


   여수의 유지들은 백의종군에 처한 이순신에게 큰 돈을 기부해봤자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는 이해타산적인 생각으로 하나같이 모두 이순신의 요청을 거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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