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이순신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3화

조정우 2016. 4. 8. 07:00

   이순신 연대기, 스페인 정벌기 13화 


   이순신에게 금괴를 바치러 온 내산월


   온종일 헛탕을 치고 자신이 거처하는 초가집으로 돌아온 이순신의 시야에 색동옷을 입은 여인과 흰옷을 입은 여인이 나란히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색동옷을 입은 여인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이순신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산월이가 여긴 또 어인 일로 오는 것일까?"

   색동옷을 입은 여인은 다름 아닌 내산월이었던 것이다. 어느새 이순신 앞으로 다가온 내산월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간만에 대감께 인사올리나이다. 그간 옥체 건강히 잘 지내셨는지요."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인 내산월의 인사에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내산월을 단단히 타일러 한양으로 돌려보내리라 다짐하던 이순신은 이러한 내산월의 인사를 받자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래, 나는 몸 건강히 잘 지냈다. 산월이 너도 몸 건강히 잘 지냈느냐?"

   "대감께서 옥체 건강히 잘 지내셨다니,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소녀 또한 몸 건강히 잘 지냈사옵니다."

    내산월의 얼굴은 지난 번에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많이 여위어 이순신은 걱정되어 근심어린 얼굴로 물었다.

   "일전에 너를 만난 것이 달포 전이었던가? 그때보다 많이 여윈 것 같구나. 그간 몸살이라도 앓은 것이냐?"

   이순신은 내산월이 겨울 추위에 감기 몸살을 앓아 여윈 것으로 짐작하고 물은 것이다. 

    내산월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녀, 여윈 것이 아니라 볼살이 조금 빠진 것 뿐이옵니다."

    내산월은 이순신에게 걱정을 끼칠까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내산월처럼 용모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들은 종종 몸매 유지를 위해 살을 빼느라 얼굴이 여위는 경우가 있어 이순신은 내산월이 그 때문에 여윈 줄로 알고 훈계하듯 말했다. 

   "이 엄동설한에 몸 관리 잘못하면 병에 걸릴 수 있으니 몸 관리 잘하거라."

   내산월이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감의 말씀, 명심하겠나이다."

   이순신은 이제서야 내산월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궁금해져 물었다. 

    "산월아, 네가 어인 일로 나를 찾아왔느냐?"

    이순신의 물음에 내산월이 자신의 여종 옥매에게 눈짓을 보내자 옥매가 손에 든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옥매가 보따리를 푸는 순간, 이순신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따리에서 커다란 금괴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내산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순신이 놀란 듯 물었다. 

   "산월아, 설마 이 금괴를 또 다시 내게 바치려는 것이냐?"

    3년 전에 거북선 한 척을 제조할 수 있는 금괴를 바친 내산월이 또 다시 비슷한 크기의 금괴를 바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순신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자신의 전재산을 이순신에게 바친 내산월이 그 사이 이만한 금괴를 어떻게 마련한 것일까? 또한 3년 전이야 전란 중이라 내산월이 애국심에 자신의 전재산을 바쳤다 해도 지금은 무슨 속내로 이 금괴를 바치려는 것일까? 

   내산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소녀, 이 금괴를 대감께 바치고자 하오니, 부디 받아주소서."

   이순신은 이번에는 받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내, 너에게 두 번이나 신세질 수는 없는 일이다. 도로 가져 가거라."

   내산월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물었다. 

   "도로 가져 가라니요? 소녀가 듣기로 대감께서 여수의 유지들에게 압축 공기를 구입할 재원을 기증해 달라 요청하셨다고 들었사온데, 어찌 소녀가 기부하는 금괴는 받지 않으시려 하시옵니까?"

   이 사실을 내산월이 어찌 알았을까. 이순신은 의아하여 물었다.

   "네가 그 사실을 어찌 알았느냐?"

   내산월은 이순신의 물음에 대답하기가 쑥스러운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원래 기생들 중에서도 소식통으로 소문났다는 사실을 모르시옵니까?"

    내산월이 한양에서 알고 지내던 기생들 중 여수 유지들의 첩실로 들어온 기생들이 있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소문을 가장 빨리 접한다는 기생들 중에서도 소식통으로 소문난 내산월은 여수 유지들의 첩실인 기생들을 통해 이순신이 압축 공기를 구할 재원을 구하기 위해 여수의 유지들을 찾아다닌 사실을 들었던 것이다. 

   내산월이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대감, 부디 소녀의 성의를 받아주소서."

   이토록 간절하게 말하는 내산월의 성의를 어찌 거절할 수 있으랴! 이순신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내, 너의 갸륵한 성의를 차마 마다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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